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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날 때의 모습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또 트럼프를 응원하는 시민이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 룰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패배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할 수 있는가는 인간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나 자신도 기억에 남아 있지만 어린 시절에 스포츠에서 지는 것이 분해서 견딜 수 없었고, 자신의 실패를 남에게 지적받는 것이 싫었다. 인간이 패배나 실패를 직시하고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특히 정치인에게도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에 도전하는 정치인은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위대한 야구선수이자 감독이었던 노무라 가쓰야는 ‘이상한 패배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졌을 때는 반드시 자기 쪽에 원인이 있다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사람은 다음 기회를 잡아 훌륭한 정치가가 된다. 또 권력자는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스스로 잘못을 발견하고 바로잡을 줄 아는 정치인은 훌륭하다. 하지만 권력에 매달리는 정치인은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잘못된 권력자를 추방하는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 선진국에서 민주주의의 변조가 일어나고 있다. 행정부 수장에 대한 권력집중이 강화되면서 사법의 독립이나 보도, 표현, 학문의 자유가 위협받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 만연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패배나 실패를 인정하기를 꺼리는 유치한 인물이 권좌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자랑해왔는데, 두 사람은 권력을 잡은 유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런 종류의 권력자는 독립된 조직이나 개인을 싫어한다. 헌법에는 법원의 독립은 물론 언론과 학자, 작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나 조작을 밥 먹듯 하고,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아무렇지 않게 남용하는 인물이 권력자가 됐을 때 사회는 위험해진다. 언론이나 학자들은 권력의 지나친 행위를 비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옳고 전능하다고 믿는 권력자는 독립된 조직과 개인을 공격한다. 일본 속담에 ‘우는 아이와 지토(지방 관리)는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난폭한 권력자는 이치가 통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21세기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우는 아이가 그대로 권력자가 됐다. 비판하는 쪽은 논리로 권력의 잘못을 규명하고 비판하는 것인데, 애당초 말을 듣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해도 권력자는 주눅 들지 않고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간신히 트럼프 대통령을 추방하면서 민주주의 손상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은 어떨까. 아베 전 총리가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 전날 지역구 지지자를 모아 호텔에서 벌인 파티에 대해 (아베 전 총리 쪽이) 비용을 부담했는지 여부를 놓고 1년 전부터 논란이 계속됐다. 지지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고, 그 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것은 정치자금규정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아베 전 총리 쪽이 비용의 일부를 지불한 사실이 밝혀졌다. 즉, 아베 전 총리는 그동안 국회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아베 전 총리는 비서가 아무런 보고 없이 모든 것을 총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치한 변명이다. 일본 국민들은 유치한 권력자가 제멋대로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일본은 과연 정치에 도의와 상식을 되찾을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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