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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세' 고착화?…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파장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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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는 최대 악재, 바이든 ‘지지율 굳히기’ 들어갈 듯
경증이거나 회복 빠르면 ‘역이용’ 가능성…민주, ‘입조심’ 주문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 대선 첫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클리블랜드/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 대선 첫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클리블랜드/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은 미국 대선에 ‘판을 결정하는 폭풍우’라는 뜻의 ‘퍼펙트 스톰’으로 평가된다. 대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재선에 나선 현직 대통령이 질병으로 적어도 2주는 격리돼야 하는 상황은 미국 대선에서 처음 벌어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인 20여만명을 사망시키고 반년 이상이나 미국 사회경제를 거의 봉쇄하다시피 하는 그 질병에 대통령 부부가 감염된 것은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_______
트럼프에게는 최대 악재
트럼프는 재선 가도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모든 선거운동 관련 활동을 중단해야만 한다. 당장 이번 주말에 갖기로 했던 미네소타·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조지아·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경합주들에서의 방문 집회는 취소됐다. 오는 15일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2차 토론도 불투명해졌다. 그의 선거운동이 어떤 역대 후보들보다도 본인 자신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타격은 더욱 크다. 그가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언행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격동시킨다는 점에서 트럼프 재선 운동은 당분간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 그가 이번 대선 운동에서 가장 피하려 했던 코로나19 문제가 최대 이슈로 더 부각된 점은 더 치명적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위험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백신 등 해결책이 곧 나올 것이라고 줄곧 주장하며, 각 주 정부에 사회경제 활동 재개를 압박해왔다. 특히, 그는 1일 저녁 연례 알스미스 만찬 연설에서 “(코로나19) 대확산의 끝이 눈에 보이고 내년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고 호언장담했다. 미리 녹음된 이 연설이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그는 자신과 부인 멜라니의 코로나19 감염을 발표해야만 했다. 이를 놓고 <시엔엔>(CNN)은 “트럼프의 코로나19 진단은 이번 선거가 그가 피하려 했던 모든 것에 관한 것이 될 것임을 보장했다”고 표현했다. _______
지지율에 어떤 영향?
일단, 조 바이든 후보가 앞서는 지지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코로나19 감염 전에도 조 바이든 후보에게 전국 평균 지지율로는 7%포인트 내외,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는 4% 내외로 뒤져왔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격차라면, 바이든의 승리가 보장된다고 예측해왔다. 트럼프의 국정 운영 중 최대 실책으로 지목되는 코로나19 대처 문제가 자신의 감염으로 더욱 부각됨에 따라 그에 대한 지지율에 결코 보탬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측이다. 그가 29일 바이든과의 토론회에서 끼어들기 등 규칙을 무시하며 진흙탕 싸움을 도발한 것은 현재의 대선 판도를 흔들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이 트럼프의 끼어들기에 “입 닥치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 등이 부각되면서, 트럼프가 의도했던 효과가 실현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토론회에서 바이든이 잘했다는 의견이 트럼프가 잘했다는 의견보다도 3배 이상 높았다. 토론회 뒤 나온 여론조사도 바이든의 지속적인 우세로 드러났다. 특히, <시엔비시>의 조사에서는 바이든 54%, 트럼프 41%로 13%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반영한 여론조사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바이든 우세라는 현재의 흐름이 더욱 굳어지는 결과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_______
■ 바이든 낙승? 막판 변수 될 수도
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이 바이든의 낙승을 완전히 굳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지지율을 뒤집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호재도 부족한 트럼프에게 코로나19 감염은 오히려 판을 뒤흔들 수 있는 마지막 소재일 수도 있다. 트럼프와 그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처에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상황이기는 하나, 대통령 부부까지 감염된 상황은 국가적 재난의 상징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는 이들 부부가 국민적 동정의 대상이 돼서, 국가적 재난 극복의 구심점이 될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벌써부터 트럼프를 향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고소하다는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봉쇄에 싫증을 내는 많은 미국인에게는 위기감과 반발심을 부를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에게도 자신의 증상을 이용할 소지가 없지는 않다. 그는 지속적으로 코로나19가 감기같은 것이라고 평가절하해왔다. 이번에 트럼프가 고령과 비만에도 불구하고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면, 그는 다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이자 <엠에스엔비시>의 의료 자문을 해주는 빈 굽타 박사는 “만약 대통령이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면, 그는 코로나19 감염의 심각함을 희석시키려고 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코로나19 감염은 공화당 안팍에서 위기감을 불어넣어서 지지층 결속을 더욱 다지고, 더 나아가 그의 무증세나 빠른 회복은 코로나19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2차 대선 토론회가 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예정대로 이 토론회에 등장할 수 있느냐, 또 등장해서 어떤 태도와 메시지를 전달하느냐는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이후 대선 판도를 가를 것이 분명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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