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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총장’ 첫 관문 통과한 유명희, 아프리카 넘어 최종 라운드 노린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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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유 본부장은 이번 선거전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2차 라운드 통과에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최대 경쟁자인 아프리카 후보들을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WTO 사무국은 지난 18일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 8명 가운데 유 본부장을 포함한 5명의 후보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차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의 1차 라운드를 통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차 라운드 결과 8명의 후보 중 이집트·멕시코·몰도바 등 3명의 후보가 탈락했고,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영국의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 등이 2차 라운드에서 경합을 벌이게 됐다.

당초 유 본부장의 2차 라운드 진출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특별 이사회에서 정견발표를 펼친 이후 지지세가 더 높아졌다는 관측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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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종 2인을 가리는 2차 라운드의 통과는 쉽지만은 않다. 164개 회원국들의 선택이 최대 2명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지지세와 선호도를 좀 더 높여야하는 상황이다.특히 이번 선거에서 ‘대세’로 꼽히는 아프리카 출신의 후보가 둘이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감이다. 지난 1995년 WTO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힘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아프리카 후보들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프리카 후보들의 기세가 상당하다”면서 “특히 양 강 중 하나인 중국 측에서 아프리카 측을 지원하는 양상이고, 개도국들의 지지 가능성이 높아 둘 중 한 명은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각 국가가 2명의 후보까지 지지할 수 있는데, ‘아프리카 대륙 안배’를 주장하는 국가라면 두 표 모두 아프리카 후보에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차 라운드에 진출한 모하메드(케냐) 전 WTO 총회 의장과 오콘조-이웰라(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모두 여성으로 ‘사상 첫 여성 WTO 사무총장’ 타이틀에 부합한다는 점 역시 유 본부장의 장점을 상쇄한다.

이런 가운데 2차 라운드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정치력, 외교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허윤 교수는 “1차 라운드는 인물 개인의 역량과 호감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반면, 2차 라운드는 결국 국가 차원의 판세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 역량을 총 결집해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차원에서 단순 한 표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이 ‘강대국’들의 포섭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 본부장 역시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모습이다. 그는 1차 라운드가 종료되기 전인 14일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정부 주요 인사와 전문가 등을 면담하며 일찌감치 2차 라운드를 대비했다.

허윤 교수는 “현재 판세에서는 확실하게 영향력이 있는 국가의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EU를 적극 공략해야한다”고 말했다.

EU의 경우 유 본부장이 8월말부터 2주 간 체류하며 지지교섭을 펼쳤고, 현재는 최석영 경제통상대사가 현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판결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수출 규제와 WTO 제소 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수출규제를 주도했던 참모를 교체했지만, 외교 방침의 반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미 아베 전 총리의 외교 인프라를 활용하겠다고 밝힌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라운드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된다. 회원국 당 최대 2명 이내의 선호 후보를 제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할 2명의 후보를 가린다.

한편 이번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면서 진행됐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임기 1년을 남긴 지난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차기 사무총장 선출 작업은 늦어도 11월 초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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